
정부가 아동이 아버지의 성을 따르도록 하는 '부성 우선주의'를 폐기를 추진하고, 비혼 출산 등 가족 다양성에 대응하는 사회적 돌봄 체계 등을 강화하는 정책을 본격 논의한다.
여성가족부는 27일 가족 다양성에 대응하는 사회적 돌봄 체계 등을 강화하고자 '세상의 모든 가족 함께'라는 주제로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을 확정·발표했다.
이번 계획은 올해부터 2025년까지 5년 동안 추진된다.
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국민 10명 중 7명이 혼인·혈연 관계가 아니어도 생계와 주거를 공유하면 가족이라고 동의할 만큼 다양한 가족 구성에 대한 사회 공감대가 높아져 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계획의 취지에 대해선 "모든 가족이 차별받지 않고 함께 인권이 존중되고 보호받을 수 있도록 사회적 공감대를 지속해서 확산 시켜 나가고자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엄마 성 물려주기
이번 계획에서 눈에 띄는 건 부부가 협의하면 자녀에게 엄마 성을 물려줄 수 있도록 한 점이다.
여가부는 앞으로 법무부와 민법 개정에 나서 부부가 자녀의 출생신고를 할 때 어머니 성을 따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기존엔 부부가 '출생신고'가 아닌 '혼인신고'를 할 때 엄마 성을 따를지 여부를 미리 결정해야 했다.
앞서 법무부 산하 '포용적 가족문화를 위한 법제개선위원회'는 지난해 '부성 우선주의'를 폐지해야 한다고 권고한 바 있다. 국회에서도 부성우선주의 원칙을 폐지하는 내용의 개정안들이 발의됐지만, 관련 논의는 진척되지 않았다.
이와 달리 국민들의 인식 개선은 더 빠르고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2018년 한국가정법률상담소의 조사에 의하면 조사대상자 약 3000명 중 67.6%가 '부성주의 원칙은 불합리하다'고 답했고, 이에 대한 대안으로 71.6%가 '자녀의 성은 부모가 협의해 선택해야 한다'고 답했다.

2008년 호주제가 폐지되면서 한국에서도 엄마 성을 쓸 수 있게 된 지 10년이 넘었다. 헌법재판소는 2005년 "성 역할에 기초한 차별로 정당한 이유 없이 남녀를 차별하는 제도"라며 호주제가 위헌이라고 판단한 바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 부부가 엄마 상을 물려주기는 쉽지 않다. 현행 민법은 자녀가 아버지 성을 따르는 ‘부성 우선주의'를 따르기 때문이다.
엄마 성을 쓰고 싶다면 '출생신고'가 아닌 '혼인신고'를 할 때 엄마 성을 따를지 여부를 미리 결정해야 한다. 이때 이 기회를 놓치면, 이 결정을 번복할 수 없다.
부부가 이에 협의했다는 것을 증명하는 협의서와 주민등록증 사본도 제출해야 한다. 부부 중 한 사람이 출석하지 않으면 인감증명서와 서명에 대한 공증서를 내야 한다.